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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를 읽고

매일사부작 2023. 5. 7. 13:39

웹소설에다 정통 미스터리를 결합한 작품인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이 책의 장점은 천편일률적인 웹소설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회귀, 빙의, 환생 요소 중 빙의라는 흔한 웹소설 요소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웹소설과 정통 미스터리의 결합인 작품은 아니었겠지. 평소 웹소설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지라 작품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으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는 꽤나 실망스러웠다. 웹소설과 정통 미스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하다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웹소설에서는 흥미유발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는데 여기서부터 썩 매력적이지는 않았고, 정통 미스터리라고 보기에는 작품이 너무 가벼웠다. 작품의 진행도 판에 박힌 듯 천편일률적인 전개를 보여주었으며 서술 방식은 너무 설명에만 의존하는지라 작품을 읽고 있자니 저절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중간중간 작가가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주인공의 입을 빌려 서술해놓은 각종 추리소설의 트릭과 기법, 유사 작품 목록은 호불호가 꽤나 갈릴 부분으로 보인다. 쓸데없는 TMI를 구구절절이 나열해두었다며 지면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래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질 것 같은데, 나는 전자다. 작가가 너무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다보니 작품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모두 쏟아내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작가님이 많은 공부를 하고 소설을 집필한 것은 알겠다. 그러나 정통 미스터리든 웹소설이든 기본적으로 소설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내고 시선을 잡아둬야 하는데, 작가님이 서술하는데 있어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강강강으로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은 것처럼 보여 되레 읽는 도중에 흥미가 식었다.

이야기 전개도 주인공인 레나의 서술에만 너무 의지하고 있어 지루함이 배가 되어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지, 주변인들의 행동이나 감정은 어떤지 등은 레나의 입을 통해 이러이러했다고 듣는 것이 아니라 레나가 보여주는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독자가 깨닫도록 하는 장면도 필요한 법인데 레나의 입에 의존한 직접적인 서술이 너무 많으니 읽으면서 또 TMI인가? 하는 피로감을 지울 수 없었다.

등장인물들도 딱 클리셰에 맞게 천편일률적으로 행동하며 사건의 구성도 클리셰를 따르기때문에 반전의 묘미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맨 마지막 레나가 왓슨의 포지션 대신 홈즈의 포지션을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반전이라면 반전일까.

무척 기대하며 읽기 시작한 작품인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