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한 공포 앤솔로지다. 다수의 작가들이 참여한만큼 작품 하나하나에서도 작가들의 개성이 한껏 묻어난다고나 할까.
책의 대표 제목이자 첫번째 수록작의 제목이기도 한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는 한 네티즌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쓴 것과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거기에서 오는 현실감과 유튜브라는 익숙한 소재가 결합하면서 이야기가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화자는 BGM으로 틀어놓을 적당한 채널을 찾다 이상한 채널을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 흔적을 남긴 화자는 다음 타겟이 자기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고민글을 올린 것인데, 짧은 단편 안에 사이버 세상으로 옮겨간 강력범죄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범죄행태들, 사이버 상에 남긴 작은 흔적만으로도 손쉽게 개인 신상 정보가 알려질 수 있는 위험성까지 알차게 담겨 있다. 왜 대표작으로 선정되었는지 알 법하다.
반면 <메일을 공개합니다>는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와는 살짝 결이 다르다. 온라인에서 진행된다는 점은 똑같지만, 이 작품에서는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귀신'이 등장한다. 괴담과 각종 글을 연재하는 화자가 제보 메일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조금씩 조금씩 다가온다는 형식의 고전적인 괴담이 이제는 익숙해진 전자기기의 사용과 어울리면서 짜릿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가 주는 무서움이 내가 범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현실감에서 오는 공포라면 <메일을 공개합니다>가 주는 무서움은 익숙한 도구에서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를 습격한다는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공포라고 할 수 있겠다. <장롱 안에 무엇이 있나요> 작품도 <메일을 공개합니다>와 같이 고전적인 괴담과 익숙한 물건을 결합하여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작가들의 상상력을 한껏 즐기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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